가을비속에 걸은 고난의 행군
▶산행일자: 2012년 10월 27일
▶산행장소: 경북울진 봉화
▶산행코스: 답운치- 진조산- 한나무재- 943.5봉- 삿갓봉- 997.7봉- 용인등봉- 묘봉갈림길- 석개재
▶산행시간: 8:40
☞산행거리: 24km
부담스런 무박산행에 비예보까지 있으니 지금껏 이어온 산길을 빼놓을수도 없고해서
마지못해 집을 나선다. 밤 11시30분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새벽3시 어딘지도 알수 없
는 작은 휴게소에 내려 아침을 준비한다고 한다.
하늘에 별은 총총히떠있고 휘영청 밝은 보름달은 교교히 흐르며 어둠을 밝히고 있으니
전혀 비는 올것 같지 않은데.............
산악회에서 정성스레 끓여준 떡만두국을 억지로 먹고 약 1시간쯤 달려 버스는 지난번
에 내려섰던 답운치에 내려준다. 칠흑처럼 어둠이 깔린 도로에 랜턴불을 밝히며 높은
절개지로 오르며 오늘의 고단한 산행이 시작 되었다. 시작부터 가파른 오름길로 이어지
다 능선에 붙으면 무덤1기를 지나 작은 헬기장을 지난다.
산죽과 잡목이 많은 급오름길에 어둠속에 희미하게 서있는 송전탑 옆을 지나며 다소
평평한 길이 시작 되었다.
답운치.
산행시작.
무덤지나 만나는 헬기장.
키다리 낙엽송과 굵은 노송들이 길안내를 하는 가운데 잡목지대를 지나 아래로 떨어지니
임도가 지나는 굴전고개다.
항상 산행을 시작하면 바로 숲에 뛰어들어 쏜살같이 사라져 버리는 회원들도 어둠속에선
속수무책인 듯 나란히 줄지어 오르는 헤드렌턴의 불빛이 검은 숲길에 점점이 수를 놓고 있
는 모습이 아름답다.
굴전고개 임도를 가로질러 잡목숲으로 올라 능선을 따라가다 안부에 서면 2~3분 거리에
마루금에서 살짝 비켜있는 진조산을 향해 우측으로 꺾어 올랐다.
어둠이 점차 엷어지기 시작하는 진조산 정상은 많은 표지기와 정상 안내판이 있고 커다란
무덤2기가 정상을 지키고 있다. 오늘 유일하게 산이름이 붙어있는 정상이지만 별다른 특
징 없는 봉우리다.
진조산 정상.
무덤2기가 누워있는 진조산 정상모습.
진조산의 삼각점.
진조산을 내려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길에 점차 하늘은 밝아오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은 금새라도 비를 퍼부을 기세다.
비교적 순탄하게 이어지는 산길따라 잡목숲을 통과하여 페헬기장터를 지나고 아래
로 내려서니 울진군 서면 광회리와 소광리를 연결하는 임도인 한나무재다.
진조산정상을 내려서서 바라본 진조산 모습.
한나무재 임도로 내려서고.
한나무재.
다시 임도를 가로질러 숲길로 진입 점차 가을의 절정기를 지나기 시작하는 만추의
가을숲길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노랑물을 머금고 있는 낙엽송과 은빛색을 발하고 있는 자작나무 군락지등 안개속
에 걸려있는 숲의 풍광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산풍경이다.
아름다운 숲길에서.
넓은 헬기장에 오르고.
은회색의 자작나무숲길.
아름다운 가을숲길에서.
가파르게 봉을 넘고.
페헬기장을 연신 2개 지나고 삼각점이 있는 934.5봉을 지나서 점점 피어오르는 안개는
사방을 막아서고 간신히 참고 있던 하늘에서는 마침내 찔끔찔끔 한 두방울씩 비를 뿌리
기 시작한다.
거대한 노송들도 안개에 묻혀있고 방금 떨어진 듯 붉은 단풍잎을 즈려 밟으며 낮은 봉
우리들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임도를 만났다.
934.5봉.
숲길은 온통 안개에 휩싸이고.
아름다운 단풍숲길의 풍광들.
안부사거리.
임도를 만나고.
임도를 가로질러 고도를 높여가던 산길에 땀을 한바탕 뽑으며 봉우리를 우회하여
오르니 백병산 오미산으로 능선이 갈라진다.
능선을 우회하며.
백병산 오미산 갈림길.
어느새 굵어진 빗줄기를 피해 우비를 꺼내입고 좁다란 산길을 따라가노라면 짙어진 운무에
비까지 내리고 보여야할 표지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길을 놓칠까봐 앞사람을 쫓으며 뛰
다시피 걸어가자니 힘은 두배로 들고 점점 다리는 무거워진다.
갈림봉에서 북동으로 휘어지는 산길따라 작은 암봉을 우회하고 산죽밭을 지나니 우측에 임
도가 보이기 시작하고 임도와 숲을 번가라 두세번 넘나들다 소광천 대광천 석포방향의 이정
목이 서있고 차단기로 막혀있는 임도 삼거리를 만나 숲길로 진입한다.
암봉을 우회하고.
산죽밭을 지나고.
임도를 두세번 넘나들고.
소광천 대광천 석포방향으로 갈리는 임도 삼거리.
발목을 덮는 낙엽과 가시덩쿨에 비옷을 찟기우며 걸어가다 비교적 순탄한 등로를
따라가니 봉우리 같지않은 평평한 삿갓봉이 나타난다. 산불감시탑과 삼각점이 있
고 옆으로 임도길이 이어진다. 임도를 따라가다 산으로 올라섰다 내려서니 다시 임
도와 만나는 삿갓재에 이르게 되었다.
경북 봉화군 석포면과 강원 삼척 가곡리를 잇는 고갯길로 이제부터 경북의 경계를
벗어나 강원도 땅으로 접어들게 되는 셈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산으로 진입.
삿갓봉으로 향하는 평평한 등로.
삿갓봉 정상.
삿갓재.
삿갓재 지나 산죽이 있는 봉우리를 두어개 넘어서고 한없이 이어지는 등로는 거칠고
험난한 산길로 이어진다. 어느덧 딱딱하게 굳어진 나무가지들이 등로를 방해하며 얼
굴을 때려오고 아무렇게나 휘어진 잡목에 이마를 몇번씩 부딪치고 발에 걸리는 나무
그루터기와 가시덩쿨은 편안하게 길을 열어주질 않는다.
거친 산길을 얼마정도 걸어가다보니 우측으로 문지골 계곡이 내려다 보이며 막바지
가을을 보내고있는 숲속이 나무틈새로 다가온다. 도회의 거리는 알록달록한 단풍색
으로 가을이 한창인데 산꼭대기는 어느새 잎새를 떨구며 침잠의 세계로 들고있는 모
습에 쓸쓸함이 배어온다.
문지골 갈림길을 지나 능선을 향하여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우측등로에 있는 997.7봉에 서니
삼각점이 있고 가야할 용인등봉의 희미한 작은 봉우리가 살짝 보여진다.
사방 운무속에 잠겨있는 연봉들이 신비스럽게 다가오고 잠시 주춤하던 빗줄기는 점점 거세어
진다. 앞서가던 선발대는 리본이 없는것인지 안다는것인지 아무런 표시도 없는 등로에 가끔
수려한 금강송들이 불안하게 걸어가는 산꾼을 위로해준다.
문지골 갈림길.
997.7봉.
997.3봉의 삼각점.
997.7봉에서 바라본 맞은쪽의 풍광.
희미한 용인등봉을 바라보고.
금강송지대.
용인등봉으로 올라서는 산길은 급경사의 거친 산길로 심장이 멎을듯 숨이가빠온다. 등로에
방향표지기만 잘 되어있다면 이렇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걸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안개
가 자욱한 빗길에 길을 놓칠까 앞사람을 쫓으며 뛰다시피 올라서니 숨이 멎는듯 이곳에서 에
너지는 다 탕진해 버린다.
마침내 젖먹던 힘을 다하여 용인등봉 정상에 올라서니 거대한 고목에 정상판이 3개나 걸려있
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젖은 장갑 낀 손은 시려오고 오래 지체할수가 없다.
용인등봉 정상.
용인등봉 정상을 지나 등로는 좌측으로 굽어지고 등로따라 내려서서 실종자 조난 사고
다발구역이라는 안내판 앞에 서게 되었다. 좌측으로 묘봉으로 가는길이 갈라지는데
마루금에서 500m비켜있는 묘봉을 가야하나 망설이다 안개와 비속에 조망조차 할 수 없
는 산길에 더이상 힘을 빼고 싶지않아 묘봉을 포기하고 우측으로 꺾어 길따라 내려서니
석개재까지 5.3km의 이정목이 방향을 가르키고있다.
아직도 갈길이 아득하니 실망감을 안고 거친 잡목과 산죽밭을 체치며 연신 나타나는 작
은 봉을 두어개 넘어서고 나니 우측 아래로 안개에 휩싸여있는 석개재가 내려다 보인다.
책을 포개놓은듯한 바위.
묘봉갈림길.
산죽밭너머 또다시 나타나는 봉.
앞서가던 선두팀을 만나고.
석개재를 내려다보고.
오늘 산길은 그야말로 고행의 산길이었다. 장거리 산행에 안개와 빗길속에 정비되지
않은 거친등로에 잡목과 산죽지대를 헤치며 9시간여를 쉬지않고 행군을 했으니 옷과
신발은 거지꼴이다. 숨이 멎을듯 힘들었던 고통의 순간도 종착지인 석개재에 내려서니
어디론가 사라지고 또하나의 산길을 밟았다는 성취감에 마음은 뿌듯해온다.
석개재. 산행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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